여의도로 출근하는 소설가가 있다. 2010년 ‘문학사상’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젊은 작가 홍형진(34)이다. 어색하게 내미는 명함에는 한화투자증권 편집국 편집위원이라 적혀 있다. 한화가 증권사 고객에게 전하는 글을 쉽고 정확하게 다듬겠다며 업계 최초로 편집국을 만들고 지난 9월 영입한 소설가다. 펜트하우스 27층을 구내식당으로 쓸 만큼 호기로운 증권사 빌딩 최상층에서 그를 만났다. … 5년이 허송세월이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경영 전공자로서 문학, 대중음악, 클래식 등 장르를 가로지르는 박학다식 글쓰기로 페이스북의 이름난 스타가 됐고, 생계를 위해 시간제로 일했던 고3 논술 시장에서는 ‘일타 강사’(일등 스타 강사)로 인기를 끌었다. 증권사 개혁을 꿈꾸던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이 지난 5월 프러포즈를 했다. 일면식도 없던 사이지만 페이스북 글의 애독자라고 했다. 고민 끝에 그는 작가로서의 삶과 증권맨으로서의 삶을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이 ‘글 쓰는 증권맨’은 “증권사 일을 통해 자본에 대한 심도 깊은 시선을 함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작가로서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것”이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주 사장은 내부에서도 여러 개혁안을 도입했다. 올 초 연공 서열제와 상대 평가 등급제를 폐지하고 직무별 연봉제를 도입, 근속 연수가 아닌 직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도록 했다. 지난 5월에는 리서치센터에 언론사와 같은 편집국 시스템을 도입한 후 기자 출신 편집 위원을 영입,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감수하도록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분석력이 비상한 천재다. 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옳은 소리를 좀 싸가지 없이 한다고 할까.(웃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사장인 나에게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댔던 사람이다.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조직을 위해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사람이어서 내가 존중하고 좋아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