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것은 없다. 물론 물질은 존재하나 자체의 고유한 의미는 없다. 우리는 오직 컵은 컵이며 나무는 나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조르지오 모란디)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것은 없다. 물론 물질은 존재하나 자체의 고유한 의미는 없다. 우리는 오직 컵은 컵이며 나무는 나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조르지오 모란디)
늘 정작 모른다. 실상 듣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로 지목하고 해결책을 주려 하는 것을, 은사로 사명으로 오해하고 있다. 당신들이 원인이라고, 더 큰 그림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심연의 답답함. 선뜻 권하지 못함, 이것이 급소다. 왜, 그러한지 그들만 모른다. 되려 장애물이 되었다는, 애처로운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개혁은 늘 내면의 각성이다.
“진보의 집권 전략을 위해 강준만이 헌책했다는 <싸가지 없는 진보>의 조야한 성격을 더욱 또렷하게 해준다. 흔히 그의 ‘싸가지론’은 진보 진영의 도덕적 우월의식·선악 이분법·선명성 경쟁을 비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무기력하고 허울뿐인 인민은 죽게 내버려두라고 채근한다. 싸가지론의 중심에는 ‘중산층 표심’이 자리 잡고 있는바, 이 전략은 자본주의 과두정의 조력자인 중산층만 갖고도 얼마든지 선거라는 게임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중산층의 입맛에 맞춘 의제와 정책만으로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고 정치가 굴러갈 수 있다면 잡다한 인민 따위는 배제되어도 좋다. 바로 이런 주장이 도덕적 우월의식·선악 이분법·선명성 경쟁을 내팽개치라는 주문으로 나타난 것이다.”
_ 장정일, 2014.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