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은 저마다 자기의 풍경을 갖고 있다. … 말들의 풍경이 자주 변하는 것은 그 풍경 자체에 사람들이 부여한 의미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풍경을 보는 사람의 마음이 자꾸 변하기 때문이다. 풍경은 그것 자체가 마치 기름물감의 계속적인 덧칠처럼 사람들이 부여하는 의미로 덧칠되며, 그 풍경을 바라다보는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빛의 움직임에 따라 물의 색깔이 변하듯 변한다. 풍경은 수직적인 의미의 중첩이며, 수평적인 의미의 이동이다. 그 중첩과 이동을 낳는 것은 사람의 욕망이다. 욕망은 언제나 왜곡되게 자신을 표현하며, 그 왜곡을 낳는 것은 억압된 충동이다. … 욕망은 교활하게 자신을 숨긴다. 욕망은 개인의 탈을 쓰고 나타나, 자기의 흉포성을 개인적 외상으로 바꿔치기 한다. 말들의 풍경은 그런 욕망의 노회한 전략의 소산이다. 그것을 제대로 읽으려면, 우리는 거꾸로 들어가야 한다. 개인적 외상을 따지고, 거기에서 개인성의 특징을 찾아, 그 개인성을 만든 노회한 욕망을 밝혀내야 한다.”
_ 김현, ‘말들의 풍경’을 시작하며,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