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저자들은 “우리의 전문 분야(사회심리학과 역사학)를 조합해야만, 이 독특한 심성사적 자료에 올바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군인들의 행동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히틀러를 만나기 전에 이들은 어떤 자들이었는가, 히틀러를 만남으로써 이들은 어떻게 변하였는가, 더 구체적으로 이들은 ‘히틀러’라는 것에서 무엇을 얻었고, 스스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이들이 히틀러를 만난 다음에는 어떤 자가 되었는가.
반유대주의가 내면의 도덕적 기준이자 사회의 관습적 규범이 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나치 체제 독일 국민의 인륜(Sittlichkeit)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이 인륜은 독일 국민에게 일종의 삶의 목적을 제시하였다.
반유대주의에 바탕을 둔 국가사회주의 프로젝트는 좌도 우도 헤게모니를 잡지 못한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진공상태에서 살아가던 독일 국민들을 강하게 흡입하였던 것이다.
“군주정의 소멸과 불능이 남겨 놓은, 바이마르 공화국이 채울 수 없었던 진공 상태가 여기에 드러났거니와, 이는 바이마르 공화국이 1918년 11월 혁명가들에게도 그 반대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널리 알려진 구호처럼, 여전히 ‘공화주의자 없는 공화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자극한 것은 살인적인 반유대주의만은 아니었으며, 대개 반유대주의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악마적인 정권이 그들 내면의 가장 더럽고 비열한 충동심을 풀어낼 — 유대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어떤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에 있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 일단 그런 결정을 내리고 실천으로 옮기면, 그 다음에는 모든 일이 경로의존성(Pfadabhängigkeit)에 따라 일어난다.” 이렇게 행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인적 편차는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하찮은 의미만 가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