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를 들고 가려 한다. 첫째는 독일 바이마르의 시인, 화가들이 앞장서고 열 나라 번역가들이 모여 만든 아주 아름다운 책이다. 괴테의 시구 하나를 골라 (한국어를 포함한) 많은 언어로 번역하여 그 하나하나에다 열한 명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것이다. 바이마르에서 우송되어 온 엄청나게 큰 그 책을 여기까지 다시 들고 왔다. 둘째는 정영문의 소설 - 바셀린 붓다 - 의 독일어 번역본이다(빈의 좋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담긴 사유가 놀랍도록 깊고 넓으며 스쳐가는 생각의 편편에 드넓은 세계가 스며 있어서이다. 셋째는 독문으로 쓰인 나의 책 - 시어(詩語)의 경계가기 - 이다. 온갖 변경의 문인들이 다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치하에서, 레바논 골짜기에서, 이스라엘의 황야에서, 몽골의 초원에서 글을 써 온 사람들, 그러나 하나같이 시(詩)에서 정신의 자양을 취하고 험한 삶을 견딘 사람들이다. 그 책을 쓰는 동안 내가 찾아갔던, 이스라엘 시인 만프레드 빙클러의 마지막 사진까지 보여줄 수도 있으리라. 재작년에 그가 타계했을 때, 이스라엘 신문에 실린 그의 마지막 사진에는 탁자에 놓인 내 책이 찍혀 있고 기사에도 언급되어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에 이끌려 그 먼 곳에서 왔고 책의 한 장(章)을 할애했다는 것이 노시인에게 큰 기쁨이었으리라. 어쩌면 서울서 나온 나의 책 - 시인의 집 - 의 첫 부분의 번역을 나눌 수도 있으리라. 이곳 사람들이 아끼는 시인, 바로 이곳에 누워 있는 게오르크 트라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_ 전영애, “월요일아침밥“, 매경, 201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