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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mile Durkheim + Sheldon Wolin
“아직 우리가 그것을 설명할 정확한 언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어떤 거대한 심리적 역동이 집합적으로 존재하고, 그 역동을 통해 설명할 때 훨씬 설득력 있게 현 사태가 이해된다.” “지난 50년간 꾸어 왔던 집합적 꿈들이 모두 깨져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꿈의 언어를 욕망하지만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정치가 민생을 챙기는 건 기본이고 근본적으로 좋은 꿈,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많은 사람이 동의해 그것을 향해 움직여 갈 수 있는 꿈의 언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앞으로 20년을 먹고 살 새로운 집합적 꿈을 누군가 제시해줘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김홍중)
Wittgenstein, the Reader of Habakkuk
“He realized then that the power of mankind was severely limited, and that this was the heavy burden put upon man by God.” “Because we know what an issue is does not mean that we can right a particular wrong or fill what is lacking.”
“I have seen everything that is done under the sun, and behold, all is vanity and a striving after wind. And I applied my heart to know wisdom and to know madness and folly. I perceived that this also is but a striving after wind. For in much wisdom is much vexation, and he who increases knowledge increases sorrow.”(Ecclesiastes 1:14, 17-18)
* “공부는 목적 없는 자기 파괴 행위이다.”(강유원)
“딕셔너리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외국인 공포증 혹은 다른 이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Xenophobia입니다. Xenophobia는 19세기 후반에야 비로소 영어 단어로 정착된, 비교적 새로운 단어에 속합니다. 낯선 이 혹은 손님을 뜻하는 그리스어 xénos와 두려움 혹은 공포를 뜻하는 그리스어 phóbos가 합쳐져 탄생한 단어입니다. Xenophobia의 뜻은 딕셔너리닷컴의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fear or hatred of foreigners, people from different cultures, or stranger(외국인, 다른 문화권 출신의 사람, 혹은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
생각할 사(思). 신입기자 채용 과정에 전형위원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대학 서열에 구애받지 말고 기자직에 소명의식과 열정을 지닌 인재를 찾기로 했다. 심사 규정에 따라 지원자 이름과 출신 대학 등 인적 사항을 가리고 서류전형과 논술·작문시험이 진행됐다. 1000명 넘는 지원자를 100명 이하로 압축한 뒤 실습 평가를 위해 프로필을 개봉한 순간 눈을 의심했다. 속칭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열 중 일곱꼴이었다.
슬퍼할 도(悼). 문제는 자기소개서에 있었다. 어떻게든 스펙을 빼고 보려 했지만 언론사 인턴·교환학생 같은 경험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 경험에 이미 대학이나 스펙이 반영돼 있음을…. 나아가 지원자 스펙이 과연 부모의 스펙과 무관할까, 의구심은 확신으로 변해 갔다. 아버지 해외 근무나 연수 덕에 영어 잘하는 아이가 있다면 100m 달리기에서 20~30m쯤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생각할 사. 한국 사회의 ‘자식 사랑’은 그 정도에 만족하지 못한다. 국회의원 자녀들에 이어 감사원에서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이 터져 나왔다. 또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26명의 아들 30명이 국적 상실 또는 국적 이탈을 통해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한 고위 공직자는 장남·차남·삼남이 다 면제를 받았다”(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고 한다.
슬퍼할 도. 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3주 전 발언이 유감스럽다. 김 대표는 마약 사위 논란에 이렇게 답했다. “재판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나서 알게 됐다. 딸이 결혼을 고집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그때 그가 할 말은 “사위 문제는 내가 평생 안고 가겠다. 의혹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는 것이어야 했다. 지금 특혜 채용 의혹, 병역기피 의혹의 아버지들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주문을 되뇌고 있는지 모른다.
생각할 사. 기대가 좌절로 바뀐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2년 전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헬(hell) 조선’의 자조가 돋아나고 있다. 저들은 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나는 왜 1회용 플라스틱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는 단순한 평등주의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 그들은 공정 경쟁의 기본 수칙마저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절망하고 있다.
슬퍼할 도. 아들딸에게 금수저·은수저를 물려줬다면 해 줄 만큼 해 준 것이다. 그 이상 욕심내는 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100m 달리기에서 90m 앞에 세워 놓는 건 분명한 반칙이다. 취업난이든 병역이든, 그 무엇에라도 내 자식만은 웃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가족 윤리’야말로 세상을 불온하게 한다. 그것은 자식을 망치고, 부모 자신도 망치고 만다는 걸 알게 해 줘야 정상적인 사회다.
생각할 사. 한국전쟁에 중위로 참전했던 고(故) 리영희 교수의 기억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투가 거듭된다. 며칠 만에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다. 리영희는 투박하고 땡볕에 그을린 얼굴의 보충병들에게 소리친다. “중학교 이상 다니던 사람, 손 들어 봐!” 100여 명 가운데 3명만 손을 든다. 리영희는 그들을 보내며 탄식한다. “이 틀림없는 죽음의 계곡에는 못 배우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 나라의 불쌍한 자식들만 보내지는가.”(『역정』)
슬퍼할 도. 2015년 취업 현장도 생과 사의 계곡이다. 한밤중 부산 황령산 정상에서 외쳤다는 취업준비생들의 절규가 가슴을 저미게 한다. “하나님, 취업 좀 되게 해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3포, 5포, 7포의 미로에 갇힌 세대의 비명이 어디 황령산뿐일까.
영화 ‘사도’엔 아들을 뒤주에 집어넣는 아버지가 나온다. “넌 존재 자체가 역모야.” 관객들은 스크린을 향해 “그래도 부모가 어떻게…” 하고 혀를 찬다. 나는 공직에 있다는 자들이 자기 자식 대신 남의 자식을 뒤주에 가두려는 오늘의 현실이 더 기막힐 뿐이다. “난 존재 자체가 잉여야.”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는 뒤주 속 앳된 얼굴들이 슬플 뿐이다.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슬플 뿐이다.
_ 권석천 중앙일보 사회2부장(2015/10/05), JTBC 보도국장 취임(2016/11/29)
_ “내가 팬인 유일한 글쟁이”(손석희)
“반노동적 정책으로 일관했고 특히 비정규직 본격화로 오늘 헬조선의 문을 열어젖힌 게 바로 노무현 정권이다. 인민들이 오죽 질렸으면 이명박 같은 사기꾼이 5백만 표차로 당선되었겠는가. 박근혜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에 젖은 사람들 앞에서 진보 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이 할 일은 무엇인가. 이런 현실에 이르게 된 원인과 과정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나름의 전망을 제시하는 건가, 사실을 왜곡하고 감상에 젖게 하여 또 다른 퇴행을 만들어내는 건가. 한겨레는 언론인가 정치브로커 조직인가.”(김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