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October, 2017

October 18, 2017: 12:41 pm: bluemosesErudition

“난 수년간 프랑스 음악 잡지 ‘레쟁로큅티블’ 구독자였고 대학교 3, 4학년 땐 친구들과 대학 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하느라 공부를 안 하는 통에 낙제할 뻔했다. 당시 난 여전히 록 애호가였지만 내 취향은 일렉트로니카, 힙합, 현대음악 등으로 다양하고 넓어졌다.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 새로운 음악에 관심을 가지며 거의 매주 공연을 보러 다녔다. 이처럼 음악 없는 일상생활이란 내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몇 년 간은 음악에 대한 나의 애정을 망각해버린 듯 살았다. 하도 바빠서. 한국에 오면 당연히 벨기에에서보다 급박한 생활을 하게 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바쁘게 지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서울 생활은 브뤼셀에서보다 2배 정도 격렬하고 빨라졌다. 주중엔 야근이 기본이었고 주말엔 휴식과 더불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노느라 정신없었다.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틈틈이 한글 공부에도 몰두해 봤고. 새로운 인생에 푹 빠진 나는 내 삶 속에서 갑자기 드물어진 음악이 이상하게도 전혀 그립지 않았다.”(림펜스)

: 3:00 am: bluemosesErudition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르바는 학교 문 앞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을 고스란히 품은 채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에 단단히 뿌리 박고 선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 리 없다. 아프리카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온몸으로 땅을 쓰다듬는 뱀은 대지의 모든 비밀을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뱀은 배로, 꼬리로,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하늘의 별은 수를 불려 나갔다. 별들은 인간에게 무심하고, 잔혹하고, 냉소적이며 무자비했다.”

_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옮김,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94쪽.

: 2:42 am: bluemosesErudition

“다른 소설들이 토끼를 사냥하고 있을 때 이 소설은 거대한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는 줄리언 반스의 말이 대변하듯, 이 책 『소립자』의 저자 미셸 우엘벡은 문학지 『레쟁로큅티블』에서 “소설은 허구와 이론과 시를 결합하여 실존적인 쟁점들에 도달할 수 있을 때에만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2:09 am: bluemosesErudition

이동진 : “연수할 때 석사학위를 취득할까 고민했는데 그것을 포기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전력을 다해 영화를 봤습니다. 2004년 8월부터 1년 동안 1,017편을 봤어요. 하루 3편 꼴이죠. 여행도 많이 다녔죠. 미국 50개 주중 34개 주를 여행했으니까요. 제가 굉장히 유희적인 인간이에요. 영화 보기 가장 좋은 환경에 있으니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흥분해서 재미있게 보다 보니 연수 끝날 때쯤 한 900편을 본거예요. 이왕이면 1,000편을 넘겨보자 생각했고 마지막 한달 동안 바짝 챙겨봤죠. 1,001편이면 기획 냄새가 너무 나니 1,017편을 봤어요(웃음).”

October 17, 2017: 3:34 pm: bluemosesErudi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 3:08 pm: bluemosesErudition

“우리 회사에서 미소는 성격이 아니라 능력이다. 이것 또한 능력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갈고 닦아야 할 훈련의 대상이 된다.”(곤도 노부유키)

: 12:55 pm: bluemosesErudition

판넨베르크에게, 신은 ‘언제나 이미 참된 실재를 규정하는 전체’(die alles bestimmende Wirklichkeit)이다. 헤겔의 숨결은 곳곳에 스며있구나.

: 12:33 pm: bluemosesErudition

어린 시절부터 하루에 한번씩 국어사전을 펴놓고 처음 본 단어에 형광색을 입히고 또박또박 발음해보는 게 놀이였던 아이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 12:18 pm: bluemosesErudition

밥을 먹고 쓰는 것.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나는 잘났고
나는 둥글둥글하고
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
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밤에는, 그리고

오늘밤에도
내 자랑을 겸손하게 해야 한다.
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달콤한 혀로 속삭이듯
포장술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

다음 버전이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 쓰고 나면 어김없이 허기.
아무리 먹어도 허깨비처럼 가벼워지는데

몇 줄의 거짓말처럼
내일 아침 문서가 열린다.
문서상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다.

_ 오은, “이력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2013.

: 2:03 am: bluemosesErudition

아래는 복효근의 시 ‘아줌마, 아내’ 全文이다.

나 혼자 심심할 것 같다고
병실 바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한 봉다리 마늘을 가지고 와선
TV 보며 마늘을 까는 여자,
배울 만큼 배웠다는 여자가
선생까지 한다는 여자가
미간을 찌뿌리고 나가는 간호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뭐, 어때 하면서 마늘을 깐다
산중에 곰이 제 배설물 냄새로 제 영역을 표시하듯이
그 역한 마늘 냄새는
내 환부에 새겨 넣는 영역 표시 같아서
저 곰 같은 여자의 냄새는 그 어떤 약보다
그 무슨 항생제보다
독하고 또 용할 것도 같아서
제 곁에 내 곁에 백 년 동안은
아무도, 암껏도 얼씬도 못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