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이용하려만 들었지, 결정적인 순간에 돕는 이가 없다.’
대학 시절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통해 발터 벤야민을 처음 접했다. 예술작품은 원칙적으로 항상 복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가장 완벽한 복제에서도 한 가지만은 빠져 있다. 그것은 예술작품의 ‘여기’와 ‘지금’으로서, 곧 예술작품이 있는 장소에서 그것이 갖는 일회적인 현존재이다.” 이 구절은 내가 문학 전공자로부터 연극 전공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 그림, 사진, 음악, 영화 등 대부분의 예술이 복제 가능하고, 애초부터 무한복제를 가능하게 하는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에서 연극은 여전히 ‘지금, 여기서’ 일회적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연극은 어제의 공연과 오늘의 공연이 다르고 낮공연과 밤공연도 다르다. 영화배우는 카메라를 향해 연기하지만 연극배우는 관객을 향해 연기한다. 영화배우의 연기는 카메라 앞에서 여러 번 연기된 후 다시 기계적으로 편집되지만 연극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의 반응과 순간순간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매번 일회적인 것이 된다. 발터 벤야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극은 ‘전시 가치’보다는 ‘제의 가치’, 즉 예배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혹자들은 대량 복제의 시대에 연극이 사양길로 접어든 예술이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술이 ‘단 하나의 유일무이한’ 아우라를 상실해가는 시대에 연극이 지니고 있는 원시적, 제의적, 수공예적 가치는 오히려 연극을 영속시키는 생명력임을 확신한다. _ 김미도 연극평론가
“순가다이(駿河台) 학원 외에 가와이주쿠(河合塾)는 2008년, 요요기(代代木) 세미나는 이미 2010년에 중학교 입시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대입에 치중하던 일본 입시 학원들이 중학교 입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저출산으로 수강생 유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또 일본의 독특한 중·고교 일체형 교육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명문 사립 중학교에 입학하면 대부분 명문 고교에 진학할 수 있고, 이것이 명문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립 중학교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의 주요 입시학원이 대입 모의고사를 실시하며 산출하는 지표를 ‘편차치’라 한다. 편차치 공식은 [(원점수 - 평균) / 표준편차 * 10 + 50]이다. 일본 대학의 서열을 가늠할 때 사용되는 기준의 하나이다. 편차치는 시험과목 수가 적을수록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 각 입시학원은 국립과 사립의 편차치를 별도 산출한다.
열띤 계몽의 시대는 3.1 운동의 실패와 더불어 끝난다. 일부는 만주로, 상해로 갔고 일부는 남아 문학과 예술의 나라로 도피했다. 유학생들의 비분강개와 체념의 현장 위로 소세키의 독백이 불길하게 드리운다. “어차피 도련님은 못 이겨. 시대라는 것에 질 수밖에.” (<도련님의 시대>, 1권 224쪽)
“<도련님의 시대>의 배경은 1905년 러일 전쟁 직후에서 1910년 한일 병합 직후까지다. 일본은 총력전을 펼쳐 전쟁에 승리했으나 얻은 것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막대한 부채와 끝없는 인플레이션이 남았다. 일본을 이끌었던 국가와 개인의 일체감은 무너졌으나, 일본은 동요하는 개인들을 제압하면서 군국주의적 확대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것은 국가의 발전을 개인의 발전으로 믿었던 시대가 끝나고,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오는 군국주의에 절망적인 무기력에 빠져 있었던 청년들의 자기 고민이다. …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자기를 완성하는 일은 제국주의 열강이 세계를 재편하는 상황 속에서는, 그리고 일본이 군국주의의 길을 가는 한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전근대적인 세계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메이지 말의 근대는 얼굴과 형태를 바꿔 우리에게도 도래해 있다. 우리는 그들의 고뇌 속에 우리의 고뇌를 비추어 본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의 도련님들은 우리에게 그 어떠한 해법도 알려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우리와 그들의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며 우리는 이 시대의 개인으로서 자기의 시대와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17세기에 라이프니츠는 언어들을 넘어선 보편적 기호논리를 생각했는데, 그때 그가 모델로 삼은 것이 한자이다. 그는 또 <역경>의 음양원리에서 이진법이라는 계산술을 생각해 냈다. 그것이 오늘날 컴퓨터로서 일반화되었다.”(가라타니 고진)
The Article 1, Chapter 1 in Constitution of the R.O.K.
국가의 정상화는 흔히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되새기는 일로 표현되곤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많은 사람들을 가슴 뛰게 하지만 사실 헌법 제1조는 그 자체로 특별하진 않다. 가령 박정희의 유신헌법 제1조는 이렇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한국 헌법 제1조는 20세기 헌법의 기초라 일컬어지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따른 것이다. “독일제국은 공화국이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 집권의 빌미가 되었고 2차 대전 후 독일 헌법 제1조는 바뀌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