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ugust 6th, 2017

August 6, 2017: 10:00 pm: bluemosesErudition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

: 12:50 pm: bluemosesErudition

멋진 신세계의 포드 기원

: 11:15 am: bluemosesErudition

小学館(しょうがくかん)

: 12:53 am: bluemosesErudition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

35. 영화에서 ‘연기acting’하는 것이 보인다면 그 배우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연희performing’를 하는 것이 포착된 순간, 배우로서의 기회는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배우는 아주 내밀한 사적 공간에서 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개런티를 받고 자신에게 주어진 대사를 관객을 위해 낭독하고 있을 뿐입니다. 착각이여 안녕! 배우라는 직업이여 안녕!

41. 무대였다면 관객과의 거리가 6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배우가 대사를 깜빡해도 그 순간은 어찌어찌 얼버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의도하지 않은 조그마한 멈칫거림까지 간단없이 폭로해버립니다. 만약 촬영 스태프 중 한 명이 비록 카메라 프레임 밖에서라도 제 시선 앞으로 지나가면, 저는 즉시 다시 찍자고 합니다. 설사 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감독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카메라는 필시 제 시선 맨 끝자락의 실낱같은 흔들림을 담아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5. 영화에서 매순간 잠재적 힘을 가져다주는 것은 바로 배우의 ‘반응reaction’입니다. 영화 촬영 시에는 클로즈업에서 시선 처리와 더불어 상대역의 대사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굳이 목소리를 키우거나 소리칠 필요가 없습니다. 무턱대고 동작을 크게 할 이유도 없습니다.

49. 영화에 첫발을 들여놓는 연극배우라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촬영 첫날부터 자기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서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자신이 연기해내야 하는 장면을 자기 나름대로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들이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해 감독과 의논하는 과정 없이, 다른 배역을 맡은 배우들과 별도의 상의 없이, 세트 리허설이라는 연습 없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영화는, 연극배우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세례식처럼 한 번에 물속에 잠겨야 됩니다. 연극이 차차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영화는 이미 만들어진 것입니다.

50. 촬영 시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을 받건 방해를 받건 관계없이, 설사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더라도, 영화배우라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대역이 정확히 해준 듯한 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기억하십시오. 직접 카메라에 눈을 대고 장면을 보지 않고서는 여러분이나 상대역의 연기가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61. 대사를 암기할 때는 주어진 대사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까지 큰 소리로 연습하십시오. 만약 다른 여러 표현 가능성들을 찾게 된다면 그것 역시 발전시켜 두십시오. 단, 그런 것들은 일단 주머니 속에 모셔두십시오. 만일 감독이 당신 나름의 뛰어난 해석을 퇴짜놓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공포의 순간을 최소한 백지 상태에서 맞닥뜨리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한 것을 보여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66.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에는 대사에 대한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상대 배우에게 대사를 하십시오. 상대 배우도 당신의 대사와 연기를 지금 막 듣고 본 것인 양, 그게 마치 처음 겪는 일인 양 반응하면서 당신의 대사를 새롭게 만들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대사에 대한 생각에 붙들려 있게 되면 다음 대사를 받을 때 상대 배우의 대사는 귀에 들리지 않고, 연기는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일 것입니다.

67. 당신이 다음에 할 대사를 말할 시간이 한참 남아 있어도 머릿속은 이미 다음 대사에 가 있을 겁니다. 대본에 따라서는 간혹 상대의 대사를 중간에 가로챌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 차례를 기다려 반응을 보여야 할 때가 되어서야 사고를 시작해야 합니다. 상대역의 대사 가운데 그런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키워드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단어를 미리 골라놓으십시오. 그 말에 맞춰서 본인의 반응을 생각하고, 자기 대사를 말할 수 있게 대비하면 됩니다.

72. 동작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확하게 반복하려면 맡은 배역의 습관적 동작이나 움직임을 정확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설계하십시오. 지나침은 금물입니다. 영감을 받은 즉흥성이 요구되는 분야가 아니니까요. 골프채를 다룰 때처럼 심플하게 하십시오. 어떤 동작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일단 계획부터 짜십시오. 자신이 해야 할 신체적인 움직임을 잘 기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짜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몸에 완전히 배도록 연습하십시오. 한 동작을 완전히 동일하게 여러 차례 반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79. 분장팀은 전문가들이니 당신이 특정 화장품 회사와 엮인 게 없다면 이들 손에 맡기는 것이 상책입니다. 더구나 세상만사 소식이 흘러나오는 중심지가 분장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신의 행동거지에 대한 뒷말이 금세 우주로 퍼지게 되는 것이죠.

83. 각각의 문들이 어느 쪽으로 열리는지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당신이 맡은 배역이 그 문을 1,500번쯤 들락거렸던 것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쪽으로만 열리는 문을 밖으로 밀어서 나가려고 하거나, 아주 잠깐이라도 문 앞에서 머뭇거린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거기가 정말 당신의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광고하는 꼴이 됩니다. 당신이 집이기 때문에 뭐든 아주 익숙하게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트장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리 꿰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86. 예측은 배우들에게 공공의 적입니다. 카메라는 놓치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예측된 연기는 영화에서 풍기는 날것의 감흥을, 특히 자연스러운 즉흥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립니다.

89. 스크린에서 멋있게 보이고 싶으면 당신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고 망가뜨릴 수도 있는 카메라맨에게 잘 대해주십시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자기 일을 존중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남에게 해를 끼칠 일은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가 “잘 대해줘라”라고 말한 것은 아침에 만나면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라는 뜻이지, 뇌물을 찔러주거나 훌러덩 벗고 육탄 돌격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멋지고 아름답게 카메라에 찍히고 싶다면 예의를 갖추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92. 영화의 경우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실제처럼 전력을 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영화 연기는 위험이 관건입니다. 연습한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게 됩니다. 리허설 때 모험을 한다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모험이 아니게 되는 것이죠. 카메라가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리허설 이상의 무언가를 연기해 그 장면을 생동감 있게 만드십시오. 그래야 상대 배우도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연기할 수 있습니다. “액션”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당신은 실제로 놀라움을 안겨줄 궁극적인 위험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다음 모든 수단을 다해서 단신이 도달하고자 했던 것보다 좀 더 멀리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합니다.

94. 이게(*상대배우가 연기를 못하지만 자신은 집중하여 제대로된 연기를 끌어내는 것)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저도 잘 압니다. 제가 연기할 때 감정이 메말라버리는 유일한 경우가 바로 상대가 연기를 못하는 데 온 신경을 뺏길 때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또한 현장에서는 감독이 대장입니다. 감독은 최종 편집 시에 당신의 연기가 담긴 샷은 모두 사용하고 다른 배우 부분은 카메라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로만 쓸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포함된 샷은 애초부터 감독의 관심 밖이었을 수도 있고요. 감독의 최초 의도에 상관없이 편집 과정에서 마음이 바귈 수도 있는 일입니다.

97. 영화에서는 당신의 연기나 상대의 연기에 반응을 보일 때의 리얼리티를 언제라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달리고나서 숨이 찬 상황이라면 실제로 달려서 숨이 차게 하십시오.

147. 한 인물이 되고자 한다면 무조건 훔치십시오. 보이는 것은 무엇이건 훔치세요. 다른 배우가 만들어놓은 인물 중에서라도 가능하다면 훔치세요. 그러나 그럴 경우에는 최고만을 훔치셔야 합니다.

149. 예전에 제가 유랑 극단에서 술 취한 연기를 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연출가가 제 연기를 멈추게 한 뒤 이렇게 말했죠. “자네는 지금 술 취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네! 술 취한 연기를 하는 배우를 연기하고 있는 것뿐이네. 취한 것을 연기하는 배우는 비틀거리며 말도 흐리지만, 진짜 취한 사람은 바르게 걷고 말도 똑바로 하려 하지……. 취한 사람은 취하지 않은 듯 보이려고 자신을 통제하려고 한다네.”

150. 코미디 영화에서 ‘웃기려고 애쓴다는 것’은 분명 죽음입니다. 첫째 당신은 실제 남자 또는 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져야 재미있을 겁니다. 만약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는 코미디언을 연기하면 아무도 웃지 않겠지요. 왜냐하면 실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52. 어떤 인물을 구축하기 위해 세부적인 디테일을 훔칠 요량이라면 먼지 풀풀 나는 유형화된 인물 말고, 실제적인 것을 훔치십시오.

155. 어색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 나름의 해결책은 상대 여배우에게 거침없이 농담을 던지는 겁니다. 그러면 그 여배우는 제가 그 장면에서 무언가 시도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가질 테지요. 감독이 “컷”을 외치는 순간 상대 여배우에게 실제로는 어떠한 열정도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또다시 열심히 농담을 합니다. 그런 장면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지만, 사랑을 나누는 장면 촬영에 있어 감정 이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여배우에게 은연중 알리는 거지요. 여배우에게도 문제가 있을 겁니다. 생판 모르는 남자가 자기 엉덩이를 쓰다듬게 내버려둘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요. 그러나 사실 이 모든 것이 직업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수줍음이 생길 틈이 없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감독들이 당신에게 직접 연기를 해 보이는 유일한 경우가 러브신이라는 겁니다. 갑자기 감독은 여배우를 정확히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당신에게 몸소 실연해줍니다.

162. 역사물에서는 그 인물에게 어떤 것이 실제적인지를 찾는 연구가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보통 다른 시대나 장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정형화된 견해를 갖고 있곤 하죠. 그러나 실제로 연구해보면 그 유형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런 발견은 배우로서의 삶을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줍니다.

173. 지저분하게 비열한 행동을 하는 배우들은 눈에 확연히 띕니다. 연극 무대의 안쪽을 차지하는 사람처럼 슬금슬금 뒤쪽으로 이동해 자기를 상대하는 다른 배우들이 카메라를 등지게끔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장면을 훔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긴장되는 순간에 머리를 돌린다거나 손을 살짝 움직임으로써 초점을 훔치는 사람입니다.

176. 저는 다른 사람의 연기를 방해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몫은 감독에게 맡겨두십시오. 감독은 당신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특징을 잡아낼 수도 있고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편집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배우가 무엇을 하든, 대사를 멈추든 날려먹든, 당신은 그 장면을 올바르게 끝까지 해내거나 대장이 “컷”이라고 외칠 때까지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180. 당신에게 스턴트를 직접 하라고 요구하는 유일한 경우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촬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마지막 촬영 때입니다(그렇기에 절대로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더구나 잘 생각해보면 이런 일을 하기 위해 평생 훈련받은 직업적인 스턴트맨이 항상 세트장에 대기하고 있는데 배우더러 하라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스턴트맨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그러니 기억하세요. 자기가 직접 스턴트를 했다고 하는 배우가 있다면, 거짓말쟁이거나 이기주의자거나 아니면 둘 다라는 것을요.

185. 만약 당신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 바보처럼 보이고, 스스로 바보처럼 느낄 것이며,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것입니다(당신이 고함지르는 상대가 제작자일지라도 말이지요). 그 뒤로 저는 절대 일하며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당신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절대로 화내지 마십시오. 그건 엄청나게 부당한 행위니까요.

186. 만약 당신이 편집용 프린트를 보게 된다면 자기만 보일겁니다. 그러나 사실 편집용 프린트로 보는 캐릭터는 당신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겁니다. 만일 좋은 감독이라면 당신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편집용 프린트보다 훨씬 정확히 이야기해줄 겁니다. 제 생각에 편집용 프린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초점이 잘 맞춰졌는지, 촬영기사가 망치지나 않았는지 정도라고 봅니다. 만약 당신이 편집용 프린트를 보러가지 않는다면 일찍 귀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189. 감독은 수시로 배우 곁에 있으면서 테이크가 진행되는 매 순간 당신을 보살필 것입니다. 그것은 배우의 감독일 때입니다. 어떤 감독들은 배우에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배우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생각할 뿐이지요. 어떤 경우든지 칭찬받을 생각은 마십시오. 감독이 당신 연기에 만족했다면 바로 다음 장면 촬영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넘어가지 않았겠지요. 그게 유일한 신호입니다.

193. 어쨌든 감독은 두목이고, 배우는 감독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배우들은 감독의 말에 따르지 않고, 양보하지도 않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만약 젊거나 영화 촬영이 처음인 배우라면, 감독은 자기 의지 대로 감독하도록 하고, 당신은 본업인 연기에 집중하면서 감독의 지시를 따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193. 우디 앨런은 촬영할 때 모든 것들을 한 번에 하기 때문에 뭐가 리허설이고 뭐가 테이크 촬영인지 통 분간할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찍고 또 찍지요. 클로즈업은 없습니다. 전부 롱 샷입니다. 그리고 한없이 진행됩니다. <한나와 그 자매들>에서는 집안에서 카메라를 360도로 돌리면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방음 장치도 안 되어 있는 실제 뉴욕의 아파트 중 한 곳에서요. 오전 8시 30분에 모여 동작을 설정하고 나면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촬영이 시작됩니다. 조명을 설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우디는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모든 것을 다 리허설했습니다. 그의 카메라는 거의 현미경 수준이었습니다. 그의 영화를 보면 모든 것들이 애드리브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은 끊임없는 리허설과 리허설과 리허설의 과정을 거쳐 확실해질 때까지 준비한 것입니다. 테이크라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리허설 느낌으로 시작되는 촬영은 배우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194. 다른 감독들은 장면들을 전부 분해하지요. 존 휴스턴 감독처럼요. 그는 마스터 샷을 찍다 중단합니다. 전체를 찍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찍어둘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죠. 경험이 적은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필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끝까지 촬영하겠지만, 휴스턴 감독의 경우 이 분야의 명수입니다. 이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걸 어떻게 찍을지 결정해놓았을 겁니다.

198. 점잖은 감독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캐럴 리드는 “컷”을 외칠 때 배우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온갖 재치를 발휘합니다. 캐럴은 항상 못이나 동전을 쥐고 다녔지요. 배우가 대사를 제대로 못하거나 까먹을 때, 혹은 장면 진행을 매끄럽게 하지 못한 경우 못이나 동전을 떨어뜨리고는 “컷. 조용한 장면이었는데……. 이왕 촬영을 멈춘 거 그 장면을 다시 한 번 해볼까요?”라고 말하곤 했지요.

200. 영화 대본은 성경이 아닙니다. 대본이 절대 불가침의 성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 첩보국> 촬영 첫날 감독은 대본을 바닥에 놓고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고는 “내가 생각하는 대본이란 이런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그저 서서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으로 촬영합니까?”라고 물었지요. 결국 감독은 제 대본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즉흥성을 많이 요구했지요.

205. <셜록 홈즈와 나 Without a Clue>(1988) 후시 녹음을 할 때 편집된 프린트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칼싸움을 하는 장면을 보다가 제가 “영화 전체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을 잘라냈네요. 제가 싸움 도중에 느리게 움직이는 부분 말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편집기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알아요. 맞는 말씀이에요. 영화 속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그러나 5초나 되는 분량이었죠. 그 장면은 모든 여세를 몰아 집중을 요하는 마지막 장면이잖아요. 그러니 아무리 그 한 장면이 뛰어나게 재미있더라도 영화 전체를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코미디 마지막에서 속도를 늦출 수는 없잖아요.” 그러고 나서 저의 기막힌 연기 부분이 들어간 싸움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그의 말이 옳더군요. 그 부분이 사라진 것은 참 안된 일이지만 그 장면은 삭제되는 것이 옳았습니다. 편집기사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정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 번도 “만약 편집기사들이 그 장면만 안 잘랐어도 오스카상을 따놓은 당상인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206. 그러나 편집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편집실에서 당신을 구제해줄 것이라 믿고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감독들은 촬영장에서 제대로 하기를 바랍니다. 잭 레먼과 지독하게 완벽을 추구해온 조지 쿠커 감독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잭은 브로드웨이 무대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고, 조지는 그가 찍은 첫 번째 영화의 감독이었습니다. 잭은 같은 장면을 거듭 반복했고 조지 역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컷. 줄여. 잭. 줄여.” 그러면 잭은 또다시 반복했고요. 그러면 조지는 또다시 “컷. 줄여. 잭. 줄이라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끝내 잭이 “여기서 더 줄이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요”라고 대꾸하자, 조지는 그제서야 “이제야 알아듣는구먼!”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211. 영화계 스타가 되려면 자신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렸을 적 저는 런던 토박이였고 배우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소재들을 수집했습니다. 말하자면 인상적인 패키지를 만들어 이용한 것입니다. 안경을 쓰고 시가를 피우며 눈에 띌 만한 곳이면 어디든 얼쩡거렸습니다. 그랬더니 “안경 쓰고 시가 피우는 놈”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더니 “그는 노동자 계급 역을 맡는다던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안경 쓰고 시가 피우며 노동자 역할을 맡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제가 매우 얌전하고 순종적이라는 소문이 돌자 저는 “안경 쓰고 시가를 피우며 노동자 역할을 맡는, 함께 일하기 쉬운 배우”가 된 겁니다.

212. 배우로서의 성공은 끊임없이 행동하는 데서 오는 것이지 협상력이나 대사의 수, 배역의 비중을 재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역할이건 하고 또 하세요.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마세요.

218. 좋은 영화에서보다 나쁜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끔찍한 시나리오는 연기를 무척이나 어렵게 만듭니다. 장차 당신 연기 이력에서 가장 쉽게 한 연기로 아카데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뛰어난 시나리오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지요.

218. 영화배우로서 저를 스스로 분석해볼 때, 배우로서 저의 매력은 한 눈에 승자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숀 코너리나 찰스 브론슨의 경우 확실한 승자입니다. 그러나 저는 패자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고 영화에서도 패자 역할을 많이 했지요. 저는 인생에서 실패 경험이 많은데 그런 경험들이 제 인격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자신이 어떤 느낌을 주는 사람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219. 할리우드 사회는 A급 팀, B급 팀, C급 팀, 즐기는 팀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A급 팀은 극히 소수이지요. 로버트 레드포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실베스터 스탤론과 소수의 스튜디오 대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이 팀에 속하지 않습니다. 여기 속한 사람들은 B급 팀, C급 팀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일자리를 부탁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즐기는 팀과는 어울립니다. 저는 즐기는 팀에 속해 있고요. 저는 꽤 재밌는 사람이고, 매우 아름답고 지적인 아내가 있으며, 제 일자리를 부탁하지 않기 때문에 저녁 만찬에 초대받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즐기는 팀에 속해 있지 않았다면 B급 팀에 속해 있을 텐데, 그럴 경우 초대받는 일은 없었겠지요.

226. 영화계에서 앞으로 제가 할 일을 생각해보면 결국 감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만,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기 적어도 3개월 전부터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하고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도 4개월 정도는 계속 일을 합니다. 감독이 영화 한 편을 만드는 시간에 저처럼 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의 경우 네 편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감독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 때문입니다.

: 12:50 am: bluemosesErudition

매우 자세하고 간곡하며 정성스럽다.

: 12:22 am: bluemosesErudition

<멋진 신세계>, <성경과 5대 제국>, <시달리고 지친 직장인의 황금률>, <이젠 내가 밉지 않아>, <하나님을 아는 지식>

: 12:17 am: bluemosesErudition

신앙생활이 아닌, 어느 누군가를 위한 교회생활의 종용. 지금 여기가 닭장교회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