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가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그녀는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추방을 떠올린다
그녀는 조심조심 사과를 깎는다
자전의 기울기만큼 사과를 기울인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
아이는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묻혀 하나씩 적는다
사과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그녀의 눈동자는 우물처럼 검고 맑고 깊다
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글게 툭툭,
사과 속살은 누렇게 변해가고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입속에
사과 조각을 넣어준다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짠맛이 돈다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
_ 신철규, 「슬픔의 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