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생. “1979년 연세대에 입학한 후, 교내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하여 본격적으로 문학수업을 시작하였다. 1980년 대학문학상 박영준 문학상에 ‘영하의 바람’으로 가작에 입선했다. 그후 1982년 대학문학상 윤동주문학상에 ‘식목제’로 당선되었으며,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안개’가 당선되어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81년 안양의 문학동인 ‘수리’에 참여하여 활동하면서 시작에 몰두하였다. 1989년 3월 7일 새벽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지은 책으로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짧은 여행의 기록>,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전집 <기형도 전집> 등이 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그의 작품 세계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 일컬었다. “그의 시가 그로테스크한 것은, 타인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해져, 갇힌 개별자의 비극적 모습이 마치 무덤 속의 시체처럼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는 데에 있다. 시인은 그의 모든 꿈이 망가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매셨다.’(<위험한 家系 ·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