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y 28th, 2017

May 28, 2017: 3:09 am: bluemosesErudition

“옷핀에 긁힌 바탕색 이면의 기이한 물고기”, “바탕색이란 상식에 입힌 옷핀의 상처가 문학이다”, “삶 속에 있는 순간적인 죽음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안의 스승을 찾는 거지요.” 자신을 찾아온 후배 시인 이우성에게 이성복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작가를 스승으로 택한다는 건 배우자를 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해요. 스승이 없으면 헤매게 돼요.”(<극지의 시> 139~140쪽) 내 안에 스승을 두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는 이성복 시인에게 배웠다. “어른이 없으면 자기가 어른일까요. 아닙니다. 어른이 없는 것, 그것이 어린애지요.”(<끝나지 않는 대화> 226쪽) “좋은 시의 요체는 비(非)시적인 혹은 반(反)시적인 일상사의 급소를 급습해서 매몰된 진실과 아름다움을 구조하는 것이다.”(<고백의 형식들> 167쪽)

그의 비관주의는 평론가 김현이 명명한 대로 ‘따뜻한 비관주의’다. 여기서 따뜻하다는 것은 달콤하다는 뜻이 아니라 나약하지 않다는 뜻이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약점을 옮기고 다니면 내가 약하다는 증거예요. 그 사람의 비밀을 지켜줘야 그 사람을 싫어할 자격이 있어요.”(<무한화서> 178쪽) … 같은 의문을 시인도 그의 스승 카프카에게 품었었다. 카프카의 문학은 비관적인데 어째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가 하고. 시인의 답은 이렇다. 카프카의 문학은 “인생이라는 화마(火魔)를 잡기 위한 맞불”(<극지의 시> 85쪽)이라는 것. 산불이 났을 때 불이 진행되는 방향의 맞은편에 마주 놓는 불이 맞불이거니와, 두 불이 만나 더는 탈 것이 없어 불이 꺼지도록 하는 게 맞불 작전이다. “하나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임의의 다른 절망을 만들어낸다.”(같은 책 84쪽) 그런 의미에서, 인생이라는 불에 대해 문학은 맞불이라는 것. 그렇구나. 나를 태우는 불을 끄기 위해 나는 타오르는 책들을 뒤적이는 사람이 된 것이다.

: 2:57 am: bluemosesErudition

이성복 시인의 황동규 평문, “幸福 없이 사는 훈련”

: 2:34 am: bluemosesErudition

고막 친구, 팟빵

: 2:27 am: bluemosesErudition

“그 아름다운 구름들은 어디로 망명하는 걸까요”, “가을엔 강물도 여위는지 수척한 얼굴입니다”, “스웨터를 꺼내 입으면서 묵은 계절의 냄새를 맡다가”, “풀벌레의 마지막 울음이 이 별에 쏟아지고 있어서 입니다”, “빈들에 흰 수의가 덮이겠지요”

: 2:05 am: bluemosesErudition

“얼마 전 정부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후임 정부에 대해 달랑 10여 페이지짜리 문서만 인계했다고 해서 가십거리가 되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럴 수가 있는가 의심했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 있는 종이문서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도 텅텅 비었더라는 후속 기사들을 보고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 뉴스를 보면서, 후임 정부에 인계했다는 그 10페이지라는 것도 대통령 기록물을 대통령 기록관에 넘기고 난 그 나머지가 그것밖에 되지 않았겠구나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되었다. 이 사실은 곧 2008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에 넘긴 것이 업무 매뉴얼 552개, 정책백서 77권, 보고서·지시사항·일정일지 5만6970건이 되었다는 사실과 대비가 되었다. MB정부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그런 방대한 양의 문서를 인계받고서도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넘어갈 때와, 다시 진보 정권으로 넘어갈 때에 남긴 청와대 문서의 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 새 정부의 인수팀은 이전 정부가 어떤 일을 추진했는지 그 방법이나 과정을 전혀 할 수 없다. 이는 심하게 말하면, 전임 정부가 다음 정부를 위해 당연히 해줘야 할 인수인계 작업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거듭 말하지만, 전 정부의 인수인계 자료가 사실상 백지라고 한다면, 정상적인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채 새 정부가 출발하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국가의 통치는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런 사태는 정부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심각한 것이다.”(이만열)

: 2:02 am: bluemosesErudition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

: 1:58 am: bluemosesErudition

조력자가 아닌, 해결사가 되면 주/객이 뒤틀려 목양의 열매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