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 궁정식 사랑,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숭고, 궁정식 사랑,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 겨울나무로 서있는 벗들에게 // 저마다 지닌 / 상처 깊은 곳에 / 맑은 빛이 숨어 있다 // 첫마음을 잃지 말자 // 그리고 성공하자 /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 첫마음으로”
_ 박노해, “첫마음”, <사람만이 희망이다>, 1997.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뉴욕 주 퀸스 지역에서 키티라고 불리던 캐서린 제노비스라는 28살의 여성이 지배인으로 일하던 술집에서 야간당번을 마치고 귀가하던 새벽 3시쯤 한 수상한 남성에 의해 자상을 입는다. 제노비스는 분명하고 큰 목소리로 구조 요청을 하였고, 아파트에 살던 동네 사람들은 불을 켜고 사건을 지켜보았다. 제노비스를 살해한 범인인 모즐리는 후에 법정 진술에서 집집마다 불이 켜졌지만 사람들이 사건 장소로 내려올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갑자기 불을 켜고 지켜보던 사람 중 한 명이 사건 장소로 오지 않는 대신 ‘그 여자를 내버려 두시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모즐리는 바로 도망을 쳤고, 제노비스는 난자당한 몸을 이끌고 어느 가게 앞으로 드러누웠다. 그러자 모즐리는 다시 나타나 제노비스의 온몸을 난자했다. 제노비스는 계속 소리를 질렀고, 또다시 아파트 불이 켜지자, 모즐리는 또 도망을 갔다. 제노비스는 힘겹게 자신의 집이 있는 아파트 건물 복도로 걸어갔다. 하지만 몇 분 후에 모즐리가 다시 나타나 제노비스를 강간했다. 이 살인사건은 새벽 3시 15분에서 50분까지 약 35분 동안 일어났다. 집에 불을 켜고 제노비스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총 38명이었고, 그들은 직접 사건 현장으로 내려가 제노비스를 구출하지 않았다. 사건이 끝나고 한 명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그녀의 목숨은 이미 끊겨 있었다.” _ 책임이 분산되면 누구나 방관자가 된다.
금융공학의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기여를 한 것은 바로 1973년에 발표된 블랙-숄즈(Fischer Black - Myron Scholes)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은 일본 이토(Ito) 교토대 교수의 확률미적분 이론을 이용해 파생상품 옵션의 가격을 계산한 모델이다. 이토 교수는 공기 중에 피어오르는 연기나 물 위를 떠다니는 꽃가루와 같은 불규칙한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해 냈는데, 블랙숄즈 모델은 이토 이론을 응용한 특정한 방정식을 통해 옵션과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결정 원리를 풀어냈다. 즉, 위험이 전혀 없는 차익거래는 불가능하다는 공리를 세우고 주식의 현물과 선물, 옵션 그리고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 리보(런던 은행 간 거래 금리) 간 관계식을 세워 방정식을 유도해 옵션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을 정립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숄즈는 물리학의 열 방정식을 기초로 확률론적인 방법으로 해(解)를 구했다고 한다. 이 모델이 등장한 이후 월가에는 수없이 많은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투자은행들은 한동안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1980년대에는 노벨상 수상자와 수학자, 물리학자 등이 직접 헤지펀드의 효시가 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을 만들기도 했다. 숄즈는 파생상품을 발전시켜 금융의 영역을 크게 넓힌 기여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블랙은 안타깝게도 1995년 암으로 사망해 사후에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 전통에 따라 수상하지 못했다. 대신 숄즈와 헤지펀드를 같이 만든 머톤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결국 블랙숄즈 방정식으로 파생상품의 가치평가가 가능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옵션을 부여한 상품도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방정식 하나로 지난 십여 년간 월스트리트는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고, 미국은 세계의 금융 산업을 제패했었다. 그러나 역시 이론은 이론이다. 엄격한 가정과 조건 속에서만 작동하는 모델을 변동성이 너무 큰 시장에 무리하게 적용하다가 오늘의 파국을 맞은 게 아니겠는가.”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EMH)은 한마디로 효율적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자산의 가격, 특히 주식 값은 이미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all available information)를 반영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런 시장에서 가격은 자산 가치를 충실히 반영한다. 그 가격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만 움직인다.”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가장 적절히 활용한다는 걸 강조한다는 점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의 뿌리는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 이론과 같다. 효율적 시장에 관한 이론은 1960년대 이후 40여 년 동안 금융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2009년 12월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폴 사뮤엘슨(Paul Samuelson, MIT)이 가꾼 토양에 24세 연하의 유진 파마(Eugene Fama, 시카고대)가 꽃을 피웠다. 완벽하게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아무도 내일 주가를 알 수 없다. 오늘 주가를 움직일 정보는 이미 오늘 주가에 모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내일 주가는 내일 뉴스에 따라 움직인다. (내일 뉴스를 오늘 알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뉴스가 아니다.) 그래서 주가는 술 취한 카푸친 씨의 걸음처럼 랜덤 워크(random walk)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전문투자자도 늘 시장을 이기지는 못한다. 몇 차례 시장을 이겼다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효율적인 시장은 아무에게도 시장평균보다 높은 리스크를 안지 않으면서 시장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효율적시장가설 지지자들은 펀드매니저들의 종목 선정 실력이 침팬지보다 나을 게 없다며 모욕을 준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차라리 시장평균 수익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index fund)에 들라고 권한다. 하지만 1977~1990년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Fidelity Magellan Fund)를 맡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기록한 전설적인 투자가 피터 린치(Peter Lynch)나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놀라운 투자성과를 보면 이들의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가정이 얼마나 센가에 세 가지로 나뉜다. 약형 효율적 시장 가설(weak-form EMH)은 과거 주가 정보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지난 주가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준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semistrong-form EMH)은 공개된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돼 있어 기술적 분석(technological analysis)과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 모두 그다지 믿을 게 못 된다고 본다. 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strong-form EMH)은 기업 내부정보(inside information)를 비롯한 미공개 정보까지 모두 주가에 반영돼 있어 아무도 초과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 신봉자를 위한 조크 하나. A와 B가 여의도 증권가를 걷다 5만원권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걸 보았다. A가 재빨리 주우려 하자 B가 말렸다. ‘그냥 가세. 그게 진짜 5만원권 지폐라면 아직 여기 있을 턱이 없지.’”
“뉴턴 역학의 경우, 벡터량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직교 좌표계와 같은 벡터량들을 다루기 쉬운 좌표계에서 운동을 기술한다. 반면에 라그랑주 역학은 일반화 좌표계를 사용한다. 이는 물리학에서의 운동의 분석을 더 쉽게 해준다. 예를 들어, 고리에 매달려서 돌아가는 구슬을 생각해 보자. 뉴턴 역학에서는 구슬의 움직임을 구하려면 각 순간마다 고리가 구슬에 미치는 힘들을 고려하기 위한 복잡한 방정식들을 다뤄야 한다. 하지만 라그랑주 역학에서는 구슬이 고리에 매달린 채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경로들 중에서 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각 순간마다 고리가 구슬에 미치는 힘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에 방정식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열 방정식을 풀고자 고안한 푸리에 급수 “모든 주기함수는 sin과 cos의 합, 즉 삼각함수의 급수로 나타낼 수 있다.” “계수가 결정된 삼각급수를 푸리에 급수라 한다.”
Far more abundantly than all that we ask or think
“Now to him who is able to do far more abundantly than all that we ask or think, according to the power at work within us, to him be glory in the church and in Christ Jesus throughout all generations, forever and ever. Amen.”(Ephesians 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