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반영의 현실이다.”(장 뤽 고다르)
“며칠 전 아키시마 시의 오카무라 씨라는 사람으로부터, 하루키 씨의 소설 중에 ‘폴크스바겐의 라디에이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투서가 모 잡지에 게재된 걸 알고 계십니까, 하는 편지를 받았다. 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한테 물어 보니 분명히 폴크스바겐에는 라디에이터가 없는 듯하다. 영락없는 나의 실수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느냐 하면, 그러기는커녕 웃으며 넘겨 버린다. 왜냐하면 이것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세계에서는 화성인이 하늘을 날아다녀도, 코끼리를 축소하여 손바닥에 올려 놓아도, 폴크스바겐에 라디에이터가 붙어 있어도, 베토벤이 교향곡 11번을 작곡했다 해도, 그건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앗, 그렇구나. 이건 폴크스바겐에 라디에이터가 붙어 있는 세계의 얘기구나!’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어 주면 나는 굉장히 기쁠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실수는 자랑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실한 분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영문판 <핀볼, 1973>에서는 그 부분을 제대로 고쳐 놓았으니까 그 쪽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니 책 소개까지 하게 되었다.”(무라카미 하루키)